장옥정, 이순 암행기

두번째의 인연 83 (이순 암행기77)

프리텐시 2014. 7. 19. 21:54

 

 

 

 

 

 

 

 

 

 

기춘제를 기하여, 아침 나절부터 동헌 마당으로 몰려 온 남사당

패들은, 온갖 기예를 선보이며, 한 바탕 풍물 놀이를 펼쳐 보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울려 퍼진 풍물 장단에내 동헌 담벼락으로 얼굴을

내 보이던 별단이는, 남사당 꾼들의 재주를 보며 한참이나 흥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구경을 놓칠세라, 서둘러 옥정이의 손을 이끌고

나왔다.

얼떨결에 별단이의 환호에 이끌려 나오게 된 옥정이는, 신나게

놀아나는 남사당 패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더니, 이내

동헌 한 쪽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그 곳에는 초췌한 모습의 몇몇 죄인들이, 포졸들의 감시를 받으며

옥사로 이동을 해 가고 있었다.

옥정이는 불현듯, 옥사에 갇혀 있는 진이가 생각이 났던지, 남사당

꾼들의 풍물 소리를 뒤로 하고, 처연히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진이에게 건네 줄 사식을 준비해, 옥사로 

이동했다.

그 사이, 이순과의 갈등으로 인해, 한 동안 동원 출입을 자제

했었던 옥정이는, 기춘제로 들뜬 관아 사람들을 보며, 잠시

진이에게 다녀올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식을 챙겨, 옥사로 향했던 옥정이는 관원의 제지에

그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날 따라, 무슨 연유인지, 면회를 할 수 없다는 엄금령이 떨어진

것이다.

결국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었던 옥정이는, 준비해 간 

사식을 문지기에게 부탁을 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얼마 후, 동헌에서 한 바탕 풍물 놀이가 끝난 남사당들은, 

관아에서 내준 재수물과 곡식들을 건네 받고는, 또 다시 자리를

옮겨 고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남사당 꾼들의 주변에는 수 많은 고을 사람들이 줄을 이어, 

그 들의 행렬을 뒤따랐다.

한 차례 흥이 돋은 꽹과리와 장구 소리는, 그 동안 동빙으로 

꽁꽁 얼었던 회양 고을의 추위마져먼 데로 몰아가는 듯

쾌청하게 고을 안밖으로 울려퍼졌.

남사당 패들이 마을로 자리를 이동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옥정이의 곁에서 이순의 옷 손질을 도와주던 별단이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왔다.

 

아가씨, 오늘 동헌에서는 보지 못했지만, 그 남사당말고도, 

이번에는 북성 탈춤꾼들마냥 왔다는 소문이구만요. 올해는

그 호랭이 탈춤으로 구왕봉 산신님한테 정성도 들이고, 

이 고을 액막이 땜도 같이 할꺼라 하더구만요. 어서 

손질이 끝나면, 아가씨랑 같이 당산나무 쪽으로 나가보고 

싶구만요.”

 

별단이는 기춘제가 없었으면, 무척 섭섭했겠구나. 이렇게

아침부터 들떠하는 걸 보니……………

 

 

 

 

 

 

 

그걸 말이라고요,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나 줄타기나, 탈춤 

경을 겠어요. 온 동리가 들썩 들썩 난리가 아닌데, 놀아도

이럴 때 실컷 놀아야지요. 아가씨도 사실, 은근히 기대 되시죠? 

더구나 오늘은 무척이나 큰 만월이 떠오를 테니…………

이 참에 아가씨께서도 나으리와 함께, 복덕 기원도 하고, 

소원도 빌고, 하면 좋잖아요.”

 

 

그거야, 어사또께서 일이 크게 바쁘시지만 않다면야, 좋을

일이지만……………아무래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아. 오늘따라 

동헌 일이 바쁘셨던지, 도통 얼굴을 뵐 수가 없었으니………………

 

그래서 그렇게 시무룩해 보이셨구만요. 에이, 걱정마세요. 

설마하니 이런 날, 어사또 나으리께서 그냥 지나치실 리는 

없구만요.더구나 이제는 두 분 사이도 오손도손 좋아지셨고 

하셨으니……………

 

별단이의 그 말에, 옥정이는 며칠 전의 일이 떠오랐던지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들었다.

그 날, 이순에게서 생각지 못한 심경을 전해 들은 옥정이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찮아도 자신의 그릇된 오해로, 이순과 마주하기 난감했던

옥정이였다.

그런데 이순은 되려 자신을 격려해 오며, 옥정이가 끌어안고

있었던 번민마져도 헤아려 온 것이다.

옥정이는 그 말들을 하나 하나 가슴깊게 새겨 안으며그 동안

가슴 속을 짓누르던 아픔들이눈 녹듯 소멸되는 듯 했다.

한 차례 몸과 마음으로 치달았던 병색으로기운마져 상실해

버렸던 자신이였다.

그리고 조용히 이순의 곁을 떠남으로써그 모든 여정을 끝낼

있을 것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순이 보여준 신뢰와 사랑으로 인해, 옥정이는

예전처럼 밝은 표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순도 옥정이의 밝아진 모습에무척이나 안도해 하며

아침마다 옥정이의 복장 수발을 기쁘게 반겨 들었다.

가지런히 옷 매무새를 정리해 오는 옥정이의 모습에, 이순은 

흐뭇한 눈길로 옥정이를 바라 보다가도, 또 다시 애틋해져 

오는 마음에, 수 많은 사랑의 언어들을 속삭여 왔다.

옥정이는 이순의 그런 모습들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얼굴이

발그레져 왔다.

그러다 문뜩 아침 나절에, 진이를 찾아갔던 일이 마음에 걸렸다.

그날은 온 마을 사람들이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는 기춘제였다.

더구나 재수 복덕을 기원할 수 있도록동헌마당까지 개방을 

해서, 남사당을 받아들인 관아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때에, 예기지못한 엄금령이라니.............

그래보면, 여느 때처럼 동헌 대청에 자리를 하고 있을 이순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더구나 그 날 아침에는처소에서 조차이순을 만날 수 없었던 

것이다.

옥정이는 마무리짓던 이순의 옷가지를 한쪽으로 밀어 놓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작게나마 기대하고 있었던 이순과의 나들이는 아무래도 

이뤄질 수 없을 듯 싶었다.

제아무리 큰 만월이 떠오른다 해도, 기춘제에 대한 설레임으로 

이순의 정무를 방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그런 아쉬움 때문인지, 옥정이는 기운없이 어깨를 떨구고 

말았다.

얼마 쯤 시간이 지났을까,

바깥을 둘러 보고 온 별단이는, 한 껏 들뜬 표정으로 풍물

놀이를 보러 가자며, 옥정이를 재촉해 왔다.

얼마 후,  별단이의 손에 이끌려 관아를 벗어난 옥정이는

당산나무 아래로 이동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당산나무 아래에는, 이미 줄타기 

곡예가 끝나가고 있었다.

뒤를 이어, 또 한 차례의 풍물꾼들이 다음 묘기를 준비를 하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당산나무 앞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옥정이는왠지 

모를 감회에 젖어 들었다.

그 고을, 당산제에서 이순을 만났던 일들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한 때 아무런 연고도 없이, 회양이라는 고을에 들어 서게 되었던

옥정이는 그 곳 당산 나무 아래에서 이순을 만나게 되면서, 기쁜 

환희에 젖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만남 이후, 얼마나 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옥정이는 그 동안의 일들이 새삼스러웠던지, 작은 회심의 미소

마져 지어졌다.

이제는 그때의 일들조차 돌이킬 수 있을 만큼여유로운 마음마져 

생겨난 것이다.

얼마 쯤옥정이가 그런 상념에 잠겨 있을 때였다.

문뜩 자신의 곁에 있던 별단이가 보이지 않자, 옥정이는 별단이를 

찾기 시작했다.

잠시 그 주변을 둘러보던 옥정이는,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아

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며, 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언제 와 있었던지선비 복장을 갖춘 이순이환한 

표정으로 옥정이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선비님이곳에 어떻게………언제부터 와 계셨던 것입니까.”

 

그거야, 그대를 불러 낸 사람이 나이니, 그대보다야  빨리 

온 셈이지만………………그런데 무슨 생각에 빠져 있길레

별단이가 인사를 하고 가는데도 못보았던 것이냐.”

 

“…………?………하오면…………”

 

 

옥정이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그리고 별단이가 자신을 이끌고 나온 것은이순의 심부름

때문이였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옥정이는 기쁨에 겨운 마음을 가라앉히며, 조심스럽게 이순의 

표정을 살폈다.

아침부터 바쁜 일정들로 처소에서조차 만날 수 없었던 이순이, 

너무나 여유롭게 자신을 불러 내다니……………

어찌된 일인지, 이순의 갑작스러운 행보가 의아해졌다.

그런 옥정이의 표정에, 이순은 그져 유쾌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전혀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옥정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자리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얼마 쯤당산터에서 뒷산 등성이로 자리를 옮겨온 이순은등성이

제일 높은 봉고개에 도착해서야옥정이에게 말을 건네왔다.

 

이제……………이곳 회양 관아의 일도오늘로써 일단락 

지어지는 것 같구나그 일로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긴 

했다만애써 기춘제를 맞이했는데, 이 뜻깊은 날을 이대로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그래서 그대를 데려 

오라, 별단이에게 시킨 것이다그런데 어찌 된 것이냐

아침부터 기운이 없었다는데………………”

 

기운이 없다니요……………아닙니다. 되려 선비님께서 

저를 불러내실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지라……………”

 

이순은 어딘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옥정이 앞으로 바짝 얼굴을 

들이 밀더니, 이내 지긋한 눈 웃음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혹여 나와 함께 기춘제에 가지 못할까, 실망을 했던 것은

아니고?…………………”

 

“……………그게………그것이 아니오라오전에 동헌에서도 

선비님이 보이지 않으시길레어찌된 일인지, 잠시 염려가 

되었을 뿐입니다.”

 

옥정이는 당황스러워하며, 반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날 아침부터 유난히 들떠있던 별단이에 비해, 옥정이는 

실망스런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제 마음을 이순이 알고 있는 냥, 말을 들려오자, 

괜시리 얼굴마져 화끈거려왔다.

그럼에도 이순은, 여전히 유쾌한 웃음으로 옥정이를 넌지시 

살펴왔다.

이순의 눈길에 난감해진 옥정이는 어설프게 정색을 해 보이며,

이제는 얼굴마저 붉혀 보였다.

이순은 옥정이의 그런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다소 조근 조근한 목소리로 말을 

들려왔다.

 

해서……………오늘 밤 그대와 만월을 보며, 새롭게 다가올 

한 해의 재수 복덕을 빌어볼까 싶어, 이 곳에 오른 것 아니겠느냐. 

조금 서두른 감이 있긴 하다만, 이제 해가 넘어간 자리에 둥그런 

만월이 서서히 올라오겠구나.

 

선비님 혹여저 때문에 중요한 이 시기에일부러 자리를 

비우신 것은 아니신지요.”

 

“안심하거라, 그래서 아침부터 일찍 서둘렀던 것이니……………

그런 탓에 오늘은 그대와 함께 마음 편히 만월 정야에 취할 

수 있을 듯 싶구나.

 

이순의 그 말에, 옥정이는 한숨 마음이 놓이는지, 그제서야 

안도하는 표정으로 그 주변을 둘러 보았다.

첩첩으로 겹쳐진 능선 자락이 개울져 내린 산하로, 어느 덧

홍염의 붉은 노을 빛이 서서히 하늘가를 물들이며 내려오고 

있었다.

그 때 이를 때 없는 산바람이 일시에 몰아 치더니, 그 주변 산하를

한 차례 들썩여 놓고 지나갔다.

그 바람에, 이순의 도포 자락은 잔망스럽게 흐트려지고 말았다.

옥정이는 이순의 앞으로 다가와흐트려진 이순의 옷 자락을 

다소곳히 정리하기 시작했.

여느 때처럼 단아한 표정으로자신의 옷 매무새를 만져오는

옥정이를이순은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어느 덧 홍염을 밀어내며 어수룩하게 깔려오는 어둠이, 공기 

중으로 잠식되어 가는 가운데, 옥정이의 뽀얀 이마는 여릿하게 

빛을 발하며, 이순의 눈 앞에서 앙증맞게 아른거려왔다.

무언가 그 뽀얀 이마 능선 아래로, 수줍은 듯 옅은 미소를 머금은 

옥정이의 모습은, 너무나 가슴에 아리도록 사랑스러웠다.

지긋시 옥정이를 내려다 보던 이순은 잠시 후, 저도 모르게 열망에

여린 탄식이 흘러 나왔다.

옷 손질을 끝낸 옥정이가 맑고 고운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너무나 사랑스럽게 자신을 올려다 보았기 때문이다.

소리없이 물들어 가는 잿빛 하늘을 뒤로 한 체, 옥정이는 고아한

모습으로 이순의 눈가에 감겨 들었다.

순간, 이순의 가슴 속으로, 아련한 바람이 사무쳐 왔다.

 

 

 

 

 

 

 

 

 

'아………………정녕, 꽃과 같은 여인이다. 그대는………………

한때, 한 발짝 다가서면 사라져 버릴까

눈이 마주치면 돌아서 버릴까……………… 

그 얼마나 설레이고 애닳아하며, 그대라는 여인을, 가슴에 

새겨 넣었던가………………

그대의 마음을 얻고 싶어서, 잠 못 이루었던 세자 시절도

그대를 맞아 들이며,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던, 국왕 이순도

그리고 지금………………여전히 그대를 잊지못하고, 헤매었던, 

나 이순에게……………그대는 또 다시 꽃으로 다가오질 

않았는가………………

언제나 닿을 수 없는 이 세상 어딘가에, 그대가 꼭 살아 

있을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대를 다시 한번 만날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 끊임없는 열망을, 하늘이 들어주었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그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이순은 짐짓 옥정이를 바라보며, 하염 없는 미소가 입가에 감겨 

들었다.

결국, 그 수 많은 시간 속을 거쳐 나와, 자신 앞에 드리워진 

옥정이의 모습은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불멸의 인연인냥이를 때 

없는 감흥에 감개될 뿐이었다.

비록은 속절없는 시간들이, 백년이나 천년이 지난다 하더라도……………

또 다시, 영겁의 세월 속에 티끌 같은 진토로 흩어진다 할지라도……………

결코 이순은, 영멸히 옥정이의 손을 놓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 상념들로 말없이 자리를 하고 있던 이순은 일 순간, 자신의 

손끝에 닿아온 따스한 여운에, 그대로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곳에는 옥정이의 손이 닿아 있었다.

다소곳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던 옥정이가어느 결에 이순의 

손을 잡아 온 것이다.

옥정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순의 여념없는 눈빛에, 얼굴이 

발그레지더니, 이내 먼데 하늘가로 시선을 향했다.

이순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옥정이를 한쪽 팔로 감싸더니,

옥정이가 향한 하늘가로 시선을 돌렸다.

그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즈넉한 저녁 하늘이던가.

이순은 겉잡을 수 없이 젖어드는 감복스러움에길고도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간의 기나긴 여정을 거쳐, 회양에서의 일들이 마무리 되어가는 

가운데이제 이순의 곁에는, 오로지 한 눈빛으로 자신 만을 

바라다 보는, 옥정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며칠 사이에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얼마 전, 옥정이가 어렸을 적 기억을 꺼내들며, 눈물로 돌아섰던

그날 밤, 비록은 너무나 놀랍고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 일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 되었던가.

결코, 이순은 그 날 일이 아니였더라면, 언제까지나 옥정이의 

심정을 알 턱이 없었다.

그로인해, 그 얼마나 기나긴 미로를 방황하며번민에 빠져

들었을 터인가.

이순은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이 지향해야 할 백성들의 위한 

주군으로서의 자세를, 다시 한번 돌이키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순은 어둠 속에서도 찬연하게 빛나는 별들과 

저녁 하늘의 기나긴 고적속으로, 옥정이와 함께 말없이 

젖어들 뿐이였다.

그 어떤 언어의 전달이나손짓 모양도 지금은 필요치가 않았다.

작은 신경의 떨림이나그 속에 떠오르는 상념조차도그 무엇

하나 어긋날 것 없이지금은 오롯이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밤 하늘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그리고 비로서야 이순이 원하고 갈망했던 옥정이와의 인연이, 

다시 한번 제 선상에 돌아온 것처럼이순의 마음은 지극히 

안정된 평안 속으로 접어들었다.

그 사이이곳 저곳으로 거쳐가던 바람들은건너편 산등성이의 

거죽한 나무 가지들을, 거침없이 흔들어 놓고 있었다.

그 넘실거리던 나무 숲 위로, 어느 덧 구붓하게 이지러진 달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온 세상을 온화하게 품어 안으며, 저녁 하늘의 태음으로 만개 해

온 것이다.

마치 자신의 마음속의 형상을 그대로 비춰 내듯이그 얼마나 

밝고 그윽한 빛의 충만으로 차오르는 음력 그믐날의 만월이던가……………………

차갑고 무거운 공기마져아늑한 바람 끝에 녹아내리고………………

어둠에 묻혀가던 공백마져도여여한 달빛속으로, 아스라지게 하는………………

만월은……………………그렇게 온유하고, 자비스러웠다.

그 자비스러움 속에서,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달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얼마 후, 이순은 옥정이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에작게 힘이 

싣더니이내 그대로 옥정이를 자신앞으로 돌려 세웠다.

그리고 옥정이와 이마가 닿을듯이 마주 보고서는조근 조근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왔다.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저 커다란 달님이 온 세상을 비춰 

내리는 게 참으로 다사롭고 온화하기 짝이 없구나. 지금 저 달이 

우리를 시기하지 않는 한은참으로 아름다운 밤이로구나. 

                                        

"저도 이 처럼 크고 아름다운 달님을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듯

싶습니다."

 

“그래…………저 달님을 보며,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

 

굳이 소원이라고 한다면……………왠지 지금 밝히기에는 너무 

이를성 싶습니다. 다음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그때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리 말하니, 왠지 더 궁금해지는걸? 대체 무슨 소원이길레, 

그리 뜸을 들이는 것이냐?

 

그저 소소한 작은 바램일 뿐입니다. 너무나 과한 소원은 실망만 

따를 뿐이니까요.

 

혹여…………나에 관한 소원인 것이냐?.

 

문뜩 말을 하다 멈춘 옥정이는, 어딘가 장난기 묻은 듯한 이순의 

표정에, 그대로 새초롬해졌다.

 

선비님께서 자꾸 궁금해 하시니, 더욱 더 알려 드리기 싫은걸요.

 

이내 옥정이의 냉담한 반응에, 이순도 체념한 듯, 쌜쭉하니 말을 

이었다.

 

흠, 더 이상 말을 않겠다니............그래보니, 우리 옥정이가 

요 며칠새에 아주 쎄침떼기가 다 되었구나이런 앙큼한 

새침떼기가 다 있을까.”

 

쎄침떼기라 부르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선비님께 

다가가지 못했던 제 마음이 아쉬워서라도, 지금은 심술도 

부려보고 싶은걸요.

 

그렇다면나는 그대의 심술에얼마나  애를 태워야 하는 

것이냐..

 

어딘가 어린 아이가 토라진 냥, 이순이 볼멘 소리를 들려오자, 

옥정이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실려 나왔다.

그리고 어린 도령을 달래듯이,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하오나선비님을 더 이상 괴롭히기는 싫사오니

조금만 운을 떼자면……………이제는 그만 제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순은 순순히 자신의 속내를 들려오는 옥정이의 이야기에, 

그제서야 진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동안 그대가 괴롭고 힘들었을 때마다

한양에 계신 모친을 무척이나 그리웠을테지……………”

 

“…………………………”

 

“아무렴, 그 동안의 고역으로,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을

테니………………”

 

“……………어찌…………어찌 그리도 잘 알고 계시는지요………………

설마 별단이가 그런 이야기까지 선비님께 알린 것입니까.”

 

옥정이는 이순이 들려주는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에두 눈을 

크게 떠 보이며 질문을 던져야 했다.

그런 옥정이의 당혹감에이순의 입가에는 또 다시 웃음이 

걸려오며해명을 하듯 이야기를 들려왔다.

 

아니다옥정아, 이런……………그대의 표정을 보아하니

별단이가 마치 내 첩자라도 되는 듯이 말하는구나그것이 

아니라……………그대의 일이라면, 항상 염두를 하게 되다 

보니, 필시 그럴것이라 생각이 들었단다.”

 

“……………하오나…………아무리 사려깊은 시선일지라도

제 마음속까지 들여다 보시는 것 같아서왠지……………

 

나도 가끔은 그리되면 좋겠다 싶구나허나 그대의 마음을 

가늠하고 싶어도워낙에 그대가 속내를 전해오질 않으니……………

다만, 이제는 어떤 사소한 문제라도, 꼭 나에게 먼저 들려다오.

 

“…………………………”

 

“그리해야, 우리가 일심동체가 된 것처럼, 그 어떤 일도 막힘없이 

헤쳐나갈 것 아니겠느냐.

 

하오나, 선비님………………”

 

“……………?……………”

 

…………일심동체라 함은……………평생을 회로할, 

인연만이………………”

 

순간, 옥정이는 무언가 알 수 없이 밀려오는 서운함에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동안 몇 차례나 이순의 품에 안길 자리가 있었음에도

그 때마다 이순은 자신을 달래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곤 

했었다.

처음엔 분명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다

수줍은 마음에 이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온 몸으로 

떨어가면서도이순을 원하는 자신에, 내심 놀라기도 했었다.

그리고 어느 때에는 그대로 이순의 품속에안기고 싶다는 

마음도 일었다.

하지만무엇보다 절실해 보이던 이순은오히려 그런 자신을 

견제하듯, 그 때마다 인연 자리를 피하고 말았던 것이다.

언제나 한결같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했었다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가 없다고 했었다.

이순의 그 속삭임에, 때로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가도

때로는 자신의 부족함에 자책도 되었다.

그럼에도 이순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신을 지극하게 생각해오는 이순의 그 진심 어린 사랑이

자신의 마음속으로 하염없이 전달되어왔기 때문이다.

옥정이는 소리없이 커져가는 여인의 마음을조용히 가슴

속으로 삭히며속절없이 이순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애상에, 잠시 마음속으로 그늘이 져버린 옥정이는

그대로 시선을 밑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순은 무언가 말을 하다 말고고개를 떨구고 만 옥정이를

조심스럽게 살펴야 했.

그리고 옥정이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이내, 화사하게 부서져 내리는 달빛 때문이였을까.

살며시 고개를 들어 올린 옥정이는, 너무나 고아하고 아름다웠다.

가느다랗게 떨리는 속눈썹 사이로, 깊고 고요하게 잠겨있는 

듯한 두 눈동자는, 이순의 가슴속으로 아련하게 파고들었다.

왠지 알수 없는 애틋함과 연민의 감정이잠시의 기류를 타고 

그 사이를 흘러가고 있었다.

이순은 무언가 짐작을 해 보이며다시 다소곳해진 목소리로 

옥정이에게 말을 들려 주었다.

 

 

 

 

 

세간에 흐르는 말들에 꼭 끼여 맞출 필요가 무어 있겠느냐

더구나 우리는 그런 보통 인연들이 아니질 않느냐그동안 

그대의 갈등을 알지 못하고 헤쳐온 것만 해도금강산 열두 봉은 

올랐다가 내려온 것 같은데또 무엇이 우리 정이의 마음에 

걸려온 것이냐.”

 

“………………선비님…………………”

 

“…………………………………………”

 

늘 저를 두고 말씀하시기를 천생 연분이라 하였고하나 밖에 

없는 정인이라 하셨습니다하온데어찌 그리도 저를 두고 

그렇게 단정 지으실 수 있으신 겁니까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분명 자신이 걸어왔던 길이 아닌 때도 있을 것이고지나칠 

때도 있질 않겠습니까.”

 

…………………그것이, 그리도 궁금하였더냐.”

 

“…………………………………………”

 

허면, 그대의 마음은 어떠하냐지금까지 그대와 나의 인연이 

이렇게 흘러오게 된   모든것이그져 흘러가는 인연 중에 

하나라고 생각 되었더냐.”

 

이순의 그 물음에옥정이는 저도 모르게 도리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동자에 끊임없이 눈을 맞춰오는 이순에게

되려 미안한듯,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것은 결코 아닐 터였다.

오히려 언제부터인가, 옥정이 자신이야 말로 이순과의 인연에,

더 없이 연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인연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 무엇으로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스스로가 원해서 정해 

나가는 운명을………………

옥정이는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순과의 인연을 선택하며, 

받아 들이고 있었다.

무언가 잠시 잠깐의 거뭇한 상념들도어느새 이순의 그 진지한 

눈빛 앞에 홀연히 사라져갔다.

더 이상의 그 어떠한 불편함도, 이제는 하나같이 쓸데없는 

잡념에 지나지 않았다.

이순은 그런 옥정이의 마음을 다잡는 듯이다시 한번 자신의 

품속으로 힘껏 끌어안으며 말을 건네왔다.

 

설령 그대가 어찌 생각한다 해도, 내 마음은……………결코 

흔들림없이 그대에게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 마음이 어찌 될 것이라는 어긋난 상념으로 그대가 

괴로워하는 일은, 내가 더 용서치 않을 것이야. 알겠느냐!

 

 

사뭇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순이, 돌연히 포하듯 

말을 들려왔다.

옥정이는 이순의 그 엄하게 들려오는 엄포가 되려 큰 위안이 되듯, 

소리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한층 더 깊게 이순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순의 가슴에 기대어, 이순의 그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옥정이는 더 이상 닿아갈 수 없을 만큼, 타오르는 자신의 사랑이………………

너무나 뿌듯하고 기뻤다.

끝없이 채울 수 없는 목마름보다, 더 애가 타 오르던 그 갈망

끝으로………………

이제는 온전히 이순의 사랑과 신뢰를 받아 들일 수 있었다.

무언가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룬 듯 싶었다.

그 꿈은 너무나 아늑하고 달콤하여, 은은하게 내려 오던 달빛

자락마져, 옥정이의 가슴을 몽혼하게 휘젖어 놓았다.

마치, 영원히 꺼질 것 같지 않는 행복한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어느 덧, 조금씩 깊어져 가는 밤 공기 사이로마을에서 올리는 

재수물들의 횟불 놀이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차차 이곳 저곳으로 너울거리기 시작하는 불빛들 사이로고을 

사람들의 환호 소리마져, 바람을 타고 전해져 왔다.

그 너울거리는 불빛들을 바라보며, 이순은 너무나 평화로운

풍요로움에 젖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더 할 수 없는 자유로움 속에서, 옥정이와 함께

달밤 맞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옥정이의 작은 어깨를 다소곳하게 다독거리던 이순은조용히 

하늘을 올려다 보며말을 이어나갔다.

 

이제서야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제대로 찾아가는 듯 하구나

회양 고을의 일도 그러 하거니와그대와의 일 또한……………

마치 이렇게 그대와 함께 바라보는 이 달빛 하늘이그 얼마나 

당연한 것인냥바래 왔던지………………지금 내 마음은, 

그 무엇에 견줄 수 없이시화 연풍에 젖어 든 군왕의 평안

마져도 취할 듯 싶구나.”

 

아무리 그렇다 하나임금님이 평안마져 취하시다니요……………

그토록 기쁘시답니까.”

 

이를 말이냐이렇게 소중한 나의 정인과 함께한 마음 

한 시선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얼마나 복 되고 고귀한 일일진데………………

 

선비님께서 저를 그렇게 말씀해주시니………………저로서는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하오나지금까지의 이 모든 일들이

그동안 선비님께서 노고하시며 인내하신, 성심에 따른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허……………아직까지도 그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회양 관아의 일이야순차적으로 해결을 지을 수 있었다만

이제는 그 무엇보다 한양에서의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구나

그런데…………그것을 풀어내기 위해서는아직도 갈 길이 

한참이나 멀지도 모르겠다어쩌면그대와 내 앞에는 또 다시………………”

 

옥정이는 말을 하다 말고그대로 침묵을 지키고 마는 이순이

무언가 의아하다는 생각에 그대로 이순의 품 안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짐짓 걱정스러운 듯이이순을 올려다 보았다.

이순은 무언가 곰곰히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이내 자신을 

올려다 보는 옥정이에게 다시 표정을 풀어내며말을 이었다.

 

옥정아이제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하루라도 빨리 내가 

있는 곳으로, 그대를 데려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도 거쳐야 할 관문이 남아 있구나.”

 

……………선비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일이, 어떤 깊은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사오나지금까지 그 어떠한 일도 잘 마무리 

지었지 않습니까하오니, 앞으로도 잘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잘 되겠지당연히 그리 될 것이다다만

그 일들이 끝날 때까지, 늘 내 곁에서………………나 만을 

의지하며같이 인내해줄 수 있겠느냐.”

 

“……………………………………”

 

옥정이는 이내 무언가 절실해 보이는 이순의 그 눈동자에

망설일 것도 없이 확고한 표정으로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옥정이는 이순이 말해오는 그 관문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이 이순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은더 이상 

뒤로 물러날 것 없이오로지 이순의 말에 따르며, 신뢰할 

뿐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중천 하늘로, 온화하게 떠 오른 달을 다소곳하게 올려다 

보며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최근에, 전해 들은 시문에, 이런 글이 있답니다

오동나무는 천 년이 되어도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있음이며

매화는 일생 동안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음이라……………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또 다시 밤하늘에 차 오르며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꺽여도, 새로운 가지가 올라 올 뿐이라……………

아무리 힘든 역경이 있을 지언정선비님께서 다가가는 일이 

옮바르고 현명함이 틀림없을 지언데, 저 또한 그 뒤를 따름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오니 이제, 염려 놓으시지요

비록은 나약하기 짝이 없는 저이오나이제 저에게는 선비님이 

계신다는 그 신념 하에더 이상 두려움에 떨거나뒤로 숨어

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옥정이의 그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리던 이순은무언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옥정이를, 자신의 품속으로 사무치게 끌어 

안았다.

더할 나위 없이 영예로운 감격이였다.

그 감동은 긴 파동을 일으키며, 이순의 가슴속으로 끊임없이 

충만 되어져 왔다.

이내 이순은, 만면 가득히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두 눈을 감아 

내렸다.

무언가 이를 때 없는 평온이이순의 가슴속으로 잔잔하게 스며 

들었다.

어느 결에 불어왔는지한 줄 바람 내음은이순의 코끝으로 

스스럼없이 와 닿았다가또 다시 어느 곳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다.

그 바람의 신묘함에 이끌린 듯이순은 그대로 눈을 떠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밤하늘의 광대한 공간이, 그대로 이순의 눈앞에 펼쳐져 왔다.

칠흙 같이 검고 어두운 하늘은냉정하게 차가우면서도또한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그 하늘 속에 공존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끊임없이 스쳐가는 밤.

실체는 분명하나, 영원히 영별하는 것도

…………………

그리고 자취없이 영멸하는 것도 없어 보였다.

하늘은그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가히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한대로 넓게 펼쳐져 보였고, 그 하늘 아래 그 어떤 누구이든, 

높고 낮음 또한 없어 보였다.

그 광활함을 눈앞에서 막닥뜨리고서, 지금 이 순간 이순은, 

옥정이와 함께 맞이하게  그 만월의 고고함 속으로…………………

그리고 그로 인해다시 한번 확연해지는 그 기적과 같은 인연을

오롯이 온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잠시 후 이순은, 대낮같이 밝혀주는 달빛을 길동무 삼아, 

옥정이와 함께 산등성이를 뒤로 하며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이순은 자신의 가슴속으로 충만해진 만월의 

힘을 입어무언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마음속 가득 흘러 

넘쳤다. 

마치, 두 사람의 앞날을 지켜주고 이끌어 주는 듯이, 소리 없이 

젖어드는 달빛의 여여함은  어느새 이순의 주위를 환하게 

밝혀 왔다.

그리고 한동안 휘몰아 치던 바람마져도, 그 달빛의 여여함 

속에 흔적없이 아스려져 갔다.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이, 포근하게 내려오는 달빛의 따사로움으로

세간은 더 이상 어둠이 아닌, 밝은 달빛 속으로 잠겨 들고 있었다.

기춘제를 맞이 한 모든 이들의 마음마져, 한없이 따사롭고 

평화로운 만월의 밤이였다.

 

 

 

 

 

 

 

 

 

 

 

 

 

 

 

 

 

 

기다리시느라 많이 지루하셨지요........저도 많이 방황하며 지냈답니다....ㅠㅠ

너무나 부족한 글이지만, 또 한편 올려봅니다. 

만월의 밤은 아니지만, 다녀가시는 모든 님들도, 만월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들로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http://youtu.be/0NLLb9doH1c

(이미지사진은 옥갤에서 옮겨왔어요문제가 될시 삭제하겠으니 말씀해주세요)